<성폭력의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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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406회 작성일 22-02-25 17:31본문
<성폭력의 후유증>
공포 감정은 피해상황 시 생생하게 경험되어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신체적 상해로 인하여 불구가 되지 않나 혹은 죽지않을까 하는 생존의
위협에 대한 급박한 감정이다. 이러한 공포와 충격은 분노, 근심, 굴욕감, 죄의식, 수치심, 낭패감, 복수심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감정이 억압되고 통제되는 경우에는 차분하고 침착하고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표현되기도 한다.
피해자는 자신을 기만하고 성적으로 이용한 가해자에게 커다란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 가해자가 자신을 강간하고 있을 때 칼로 찌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꿈속에서 가해자를 죽이는 꿈으로 자신의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가해자가 병이 나서 죽기를 바라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죽기를 기원하기도 하나 적극적인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신의 피해를 애인이나 남편이 눈치챌까봐 전전긍긍하게 되며 성폭력 피해로 인해 비난받을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한다.
순결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지배하고 있고,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되돌아 오는 것이 진정한 이해가 아니라 피해자의 약점이나 결점으로 치부되는 한국적 상황 때문에 피해자들이 갖는 두려움과 불안은 해결되지 않는 후유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에서는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고 순결강요는 처녀막신화와도 연결되어있다. 이런 생각은 각 개인에게 사회화 과정을 통해 학습되고
성폭력을 당한 여성을 순결상실과 연결시켜서 생각하게 된다.
즉,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성적으로 순결을 빼앗겼고, 순결을 빼앗긴 것은 더렵혀지거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고와 연결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성폭력을 폭력이 아닌 성관계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피해자 또한 자신이 순결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힘들어하며, 타인들이 자신을 순결하지 못한 여자로 인식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게 된다.
Burgess(1979)는 성폭력 피해자는 강간피해 후 지속적인 긴장과 증상을 경험하면서 강간이 진행되는 동안 느꼈던 심각할 정도의 신체적,
심리적 외상(trauma)으로 강간을 떠오르게 하는 공포와 같은 감정적 혼란을 경험한다고 한다. 피해여성들은 단기적으로는 몇 일에서 장기적으로는 수년 동안 공포, 불안, 우울, 모욕감, 복수심, 성관계의 어려움, 태도나 생활습관의 변화 등을 겪을 수 있다.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의 경우,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대인관계의 패턴이나 관계형성의 방법들, 가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 자신에게 이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누구를 믿어야하는지, 상대방이 나에게 피해를 줄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민감해지게 된다. 더불어 사람에 대한 신뢰나 믿음,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자신의 판단이나 선택기준들에 혼란이 오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성폭력의 통념 깨기
여성이 강력하게 저항하면 강간할 수 없고 여성이 강간 당했다면 그만큼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강하게 저항하지 않은 것은 결국 여성도
원한 것이기 때문에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성폭력 행위가 시도되었더라도 여성이 저항했다면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성폭력은 저항의 문제가 아니라 동의의 문제이다. 여성의 동의없이 시도된 성적인 행동은 이미 그 시작부터가 성폭력이다. 그리고 성폭력 상황은 피해자에게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끼게 하고 이 상황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저항이 오히려 가해자를 자극해서
더 심각한 폭력이나 심지어 죽음으로 까지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 잡히게 된다.
가해자들은 자신은 술 때문에 어쩌다가 실수로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또는 여성의 옷차림이나 술에 취한 모습 때문에 성충동이
일어났고 그래서 성폭력이 발생했다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남성의 성충동은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의 성충동을 일으킨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성충동은 조절 할 수 없는 충동이 아니고, 조절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생각 때문에 조절 할 수 없었다 라는
핑계를 대는 것이다. 그리고 술이나 약등으로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은폐시킬 수 있는 구실을
찾아서 성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의도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술취하거나 의식이 없는 사람은 보호하여야 하는 대상이지 폭력의
대상이 아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대다수의 경우 여성이 피해자이면서도 오히려 더 자신의 피해사실을 숨기려고 하고 가해자가 그런 맥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면서 피해자에게 계속적인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범죄사실을 은폐시키려고 한다. 이것은 성폭력 사건을 알려봤자,
오히려 피해자가 더 비난받을 수있다 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 여성에게만 국한하여 더 문제시 하는 맥락과 연결되고 사회적으로 뿌리 깊은 여성에 대한 처녀막 신화와 순결강요라는 사회문화적 의식과 연결된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성적결정권과 자기주장이 묵살되는 인권침해행동에 피해를 받은 것이다. 그것이 성적인 부분이라고 해서 피해자에게 문제를 물을 수는 없다. 문제는 성폭력
가해행동을 한 가해자에게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