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에게 너무 집착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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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407회 작성일 22-09-06 14:59본문
연애를 하다 보면 ‘연인이 나를 떠날까?’ 또는 ‘다른 이성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며 두려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불안을 해결하지 못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다가 결국 이별을 맞는 사람도 있죠.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현명한 답을 찾지 못하면 계속되는 불안과 집착의 악순환을 낳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행동보다 내 안에 원인과 답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집착을 보이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앞 사례처럼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아버지는 모든 남성을 인식하는 근간이 되며, 남자친구와 남편에게서 그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하고 찾곤 합니다.
앞 사례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한 것이지만, 어린 딸의 마음에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 때문에 자기를 버린 것으로 기억되어, 그녀는 스스로를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보잘것없는 여자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그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만,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죠. 마치 금방이라도 아버지처럼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갈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되니 괴로운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자꾸 전화를 거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관계로 이 문제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릴 적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아인스워스의 낯선상황절차 실험이 보여주듯이, 안정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잠시 부모와 분리되는 것에 저항하지 않고 부모가 돌아왔을 때 쉽게 안정을 회복합니다.
마찬가지로 연인이 잠시 눈앞에 사라지거나 의심스러운 상황이 나타나더라도 안정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성인은 믿고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아이는 부모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는데, 이런 현상은 성인에게도 적용되어 연인과 같이 있지 않으면 화를 내고 불안을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아이가 저한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아 너무 힘들어요, 사회성을 키워주고 싶어요 참조)
이런 경향이 심한 경우 경계성 성격을 의심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연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비슷한 집착을 보이는데, 혼자 있는 걸 힘들어하고, 자신이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며, 처음에는 친구나 연인을 극단적으로 좋아하다가도 어느 순간 극단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몰며 분노합니다. 이때 상대방은 보통 초기의 극단적 사랑표현에 중독되어 관계에서 끌려가는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자꾸 자해를 하게 됩니다 참조)
더욱 심각한 집착상태들도 있습니다. 오셀로증후군1) , 쉬운 말로는 의부증과 의처증이 그것입니다. 또 다른 상태는 스토킹으로, 이는 병적이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시형 박사는 스토킹의 원인이 미숙한 자아에 있다고 정리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미숙한 자아란 자기 본위의 자기애와 사랑을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진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집착의 원인이 부모의 이혼이나 애착관계 등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임을 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당혹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이미 결정된 운명처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습관적인 감정의 문제이고, 문제의 원인을 안다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단, 조금씩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다 뜯어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연인과의 관계를 고쳐나가고 유지하면서, 본인 내면에 내재화된 관계의 상이 바뀌기를 기다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