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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그루밍 성폭력’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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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719회 작성일 22-03-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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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교사 A씨는 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모씨로부터 당한 ‘그루밍 성폭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로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유형의 성범죄다. 의사 김씨의 환자로, 2년여간 치료를 받았던 A씨는 자신이 김씨의 정신적 지배하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SNS를 통해 주장했다. 당시 그는 자신 외에도 복수의 피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A씨의 폭로 이후 추가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그루밍 성폭력’ 고발했더니 

김씨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유명 의사였다. 피해자들이 당했다고 밝힌 수법은 대부분 비슷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사적으로 접촉해 병원 외의 장소에서 따로 만나 부적절한 행위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A씨의 폭로를 비롯해 유명 남성 연예인을 임의로 진단해 병명을 온라인에 공개한 일 등으로 인해 김씨는 2018년 3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명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A씨의 신상, 허위사실을 포함한 상담 내용을 유포한 점도 고려됐다.

의사 김씨는 A씨를 모욕 및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고소했다. A씨가 자신을 ‘피감독자 간음죄’로 고소한 데 따른 역고소였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원은 2019년 2월 20일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아직도 남은 징계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이후 경상북도 김천교육지원청은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2019년 4월 15일 견책 처분을 내렸다. 모욕,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A씨가 국가공무원법 제63조가 규정하는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조항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징계위원회에 진술서를 내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징계의 부당함을 입증해보이겠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정식 재판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사 김씨는 A씨에 대한 처벌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공소도 기각됐다. A씨의 징계 근거가 된 약식명령의 효력이 뒤집힌 셈이었다. 하지만 징계처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징계 이후 A씨는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놓쳤다. 소청심사 절차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고, 징계 이후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제대로 대처할 경황이 없었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사건 이후 한 달가량 입원하기도 했다.

A씨를 돕고 있는 경북교육청 성폭력피해생존자 부당징계 및 2차 가해 투쟁대책위(대책위)는 징계 이후 교육 당국의 대응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성범죄 피해자인 A씨를 조직에서 보호하지 못한, 이른바 ‘2차 가해’가 있었다고 했다. A씨의 징계를 담당했던 장학사가 2020년 4월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와 징계에 이의가 없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울면서 거부해 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구두로라도 동의할 것을 요구받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후 해당 장학사는 A씨가 있는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A씨는 또다시 충격을 받아 휴직했다.

■피해자만 남아 

A씨 측은 김천교육지원청에 징계를 직권취소해달라고 요구해왔다. A씨를 대리하는 박인숙 변호사는 “A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명확히 밝혔기에 약식명령이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징계한 것”이라며 “이는 특히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보복성 고소를 한 상황에서 피해자 A씨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 측은 이 점이 김천교육지원청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제8조를 위반했다고 본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 또는 성폭력 사실을 신고한 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불이익이란 징계, 전근, 집단 따돌림, 해고 등을 의미한다.

또한 약식명령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유죄임을 전제로 처분을 내려 무죄추정의 원칙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소장에서 “교육지원청은 원고(A씨)를 징계할 권한뿐만 아니라 보호할 의무도 갖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로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을 살피지 않고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속한 진광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정책국장은 “징계를 둘러싼 과정에서 벌어진 2차 가해에 대한 대응도 향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천교육지원청은 절차적으로 문제없이 내린 징계여서 직권 취소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행정적 하자를 범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했기 때문에 (A씨가) 법적인 구제 절차를 밟아오면 거기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와 김천교육지원청 측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에도 김천교육지원청은 A씨 측에 법적 판단을 받아오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김천교육지원청 측은 의사 김씨가 피해자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가 취하된 것과는 별개로,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공무원 품위 유지 위반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 계자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징계를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안내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김천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한 ‘징계처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가해자인 의사 김씨는 2020년 3월 사망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을 피한 상태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아 수년째 징계와 싸우고 있다.
사진 경향신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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