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2차 가해성 댓글 절반은 "피해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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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591회 작성일 22-03-08 16:32본문
“저 여성 분… 성매매를 했는데 성폭행 성립이 되나요? 그냥 나쁜 짓하다가 더 나쁜 놈한테 당한 건데 저 정도면 동업자 아닌가요? 피해자랍시고 지켜줄 게 아니라 같이 깜빵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20년 '박사방 사건' 피해자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피해 여성은 인터뷰에서 미성년자 시절 이른바 '조건 만남' 일거리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약점이 잡혀 성적 영상 수십 건을 찍어 보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일당은 이런 성착취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에 돈을 받고 유포했고, 주범 조주빈(27)은 지난해 10월 징역 42년형이 확정됐다. 이처럼 명백한 범죄인데도, 댓글 작성자는 범행 경위를 들추며 되레 피해자를 탓한 것이다.
2차 가해성 댓글 51.4% "피해자가 문제"
성폭력 사건 기사에 달리는 2차 가해성 댓글의 절반 이상은 이처럼 사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에 제출된 석사학위 논문 '성범죄 2차 피해 실태와 2차 가해 양상에 따른 방지책'(장진영)에 담긴 내용이다.
논문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미투 사건 △박사방 온라인 성착취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피소 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 가운데 2차 가해성 글을 수집해 유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분석 대상 댓글 1,615건 가운데 피해자 행실을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등 '피해자를 문제 삼는 유형'이 51.4%(830건)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를 옹호·두둔하거나 사건 폭로에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사회적⋅단체적 차원의 문제로 초점을 전환시키는 유형’은 37.3%(603건)였다.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비속어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무분별한 인권침해 유형'은 11.3%(182건)로 나타났다.
신원 노출된 피해자에겐 성희롱·인권침해 쇄도
피해자 신원이 노출된 사건엔 피해자를 향한 인권침해성 댓글이 대거 뒤따랐다. 언론에 실명을 밝히고 피해 사실을 폭로했던 서지현 검사 미투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외모나 특징을 공격하는 댓글 유형의 비율이 박사방 사건과 박원순 사건에 비해 각각 4.5%포인트, 8.3%포인트가 높았다. 주로 피해자 외모를 들먹이며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여성 전체를 비하하며 피해자를 공격하는 식이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에선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유형'으로 분류되는 댓글 비율이 미투 사건의 9배, 박사방 사건의 18배였다. 이 유형 댓글은 사회적 평판에 기대 가해자를 감싸거나 피해자를 불신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은 2차 가해성 댓글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나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온라인 댓글란이 2차 가해를 재생산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 신원이나 피해사실이 노출된 글을 삭제해 달라고 플랫폼에 요청해도 바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유포·확산된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 등 국가기관 차원에서 게시글 삭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