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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그만둔 채 외톨이가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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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236회 작성일 22-10-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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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20~30만 명이 존재한다고 하며, 최근 10여 년간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데, 과도한 개인문화 발달, 사회적응 곤란,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학교생활을 그만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거나 거부한 뒤에야 칩거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죠. 자퇴를 강행한 뒤 일부는 대인관계를 거부한 채 자신이 감당 할 수 있는 관계나 가족 정도만을 상대합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들이 가족과도 단절되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집착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들은 ‘학교공부는 하며’ ‘가족들과 산책 정도는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게임만 하더라도 일본은 콘솔형이나 PC게임이 우세해서 혼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게임이 우세해서 인간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고 게임친구 정도는 만나곤 합니다. 전반적으로 대인관계가 어느 정도는 유지되는 분위기죠.

또 일본은 감정을 억제하는 특유의 문화적 배경, 고도발전 이후 저성장 시대라는 시점, 혼자서 즐기고 생활할 수 있는 상품이 잘 구비된 사회라는 특징이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적 인정이나 대인관계에 대한 욕구가 살아 있어서 막연하게 공부계획이나 다소 비현실적인 미래계획을 세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퇴한 이후에도 사회관계는 필요합니다. 인간은 주변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는 동물인데, 학교라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나는 경우 이들은 자신 내부의 부정적인 자기평가에 몰입되어 계속되는 자기비난, 자존감 저하, 우울감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평소 친구들,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학원이나 새로운 조직 등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자신이 사회 내에서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가족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 은둔형 외톨이라 해도 가족관계가 좋은 경우 결국 치료결과도 좋습니다.

일단 부모들은 부모 자신의 문제를 탐색해야 합니다. 아이가 고집이 세거나 기질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도 있겠으나, 부모가 아이와 소통하는 데 서툴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이는 ‘외롭다’ ‘재미가 없다’ ‘강하지 못해서 부끄럽다’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나, 부모가 답을 몰라 방임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깨닫지 못하면 당연히 치료가 힘들죠.

또 아이들이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집에서 은둔하는 청소년들은 시야가 매우 좁습니다. 사회가 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인 돈, 승리, 성적, 착함, 성실 등의 기본적인 가치관 외에는 매우 미숙합니다. 다양한 시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경험 자체를 늘려야 합니다. 진료를 볼 때 종종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일이 있거든 상담할 시간에 차라리 거기 가서 놀고 오라고 하기도 하는데, 공허한 대화나 약물치료보다도 ‘강한 감정을 동반한 경험을 한 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처음에는 일단 방 안에서 나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쇼핑이나 산책, 등산이나 헬스 정도에는 협조적인 경우가 많죠.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본인이 선호하는 물건(게임, 야동이라 할지라도)을 거래하는 장소나 관련 행사장소(코스프레, 벼룩시장 등)를 알아보고 자녀가 이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줍니다.

물론 이런 아이들은 자기 취향을 쉽게 얘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찾게 되면 그것을 사게 하거나 찾아가서 보게 하는 등 그들이 가진 최소한의 동기를 자극해서 자의로 방을 떠날 수 있게 합니다. 물론 이에 저항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은 세상에서 받은 상처에 압도되어 있어 공원산책도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방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이 물리적인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게임, 공부 정도에 머물러 있는 협소한 관심을 넓히기 위해, 작은 관심사라도 놓치지 말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자극해야 합니다.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장르의 명곡을 소개해주거나 악기연주를 권유할 수 있으며, 판타지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라이트 노벨, 유명 만화, SF영화 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때 줄 수 있는 정신자극 경험은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예술입니다. 음악이든 영화든 춤이든 뭐든 좋습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효과도 좋으나 취향을 탈 수 있고, 부모가 취미가 없는 경우 시작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죠. 두 번째는 종교입니다. 교회나 성당, 절 등은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종교적 영감을 받게 되면 인생의 길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큰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사주, 점, 예언 등도 잘만 사용하면 아이에게 긍정적 암시를 주는 데 매우 좋습니다. 세 번째는 여행입니다. 여행을 통해 길러지는 독립심, 자연이나 이색적인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감정이 동기를 부여하는 데 가장 쉽고 효과가 좋습니다.

특히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은 여행을 통해 극적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대인관계를 가질 때에는 충분한 자기애가 필요합니다. 나는 남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감정을 가지지 못하면 남들과 관계를 가지기 힘들죠. 물론 사회적 기준인 공부, 운동, 다양한 재주, 직업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다면 쉽게 강하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이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정신적 깊이나 성숙도가 부족한 청소년에게 가장 쉽게 남들과 대항할 수 있는 강함을 부여하려면, ‘남들은 해보지 않은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죠.

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은 비교적 처음에 거부감이 없어야 하고, 호기심이 생겨야 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을 깰 수 있어야 하고, 한번에 마음의 벽이 무너질 정도로 강렬해야 하며, 자신이 느끼는 타인의 부정적 시선을 중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경험 자체가 신기하여 남에게 자랑거리가 되어야 하며, 앞으로도 계속 경험하고 싶을 정도로 즐거워야 합니다. 여기에 잘 부합하는 것이 ‘외국을 여행하는 것’이죠. 스케줄을 잘 짜서 시행한다면 거의 80~90퍼센트의 경우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여행도 나쁘진 않습니다. 유명한 도시나 일반적인 관광지 여행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제주도, 지리산, 강원도 배낭여행 같은 다소 비일상적인 지역으로의 여행은 변화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여행치료’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일단 여행을 감당할 수 있는 기본적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심각한 우울증 등은 약물치료가 우선이므로 외부의 강렬한 자극이 오히려 해가 됩니다. 또 성인인 동반자가 필요한데, 부모보다는 형제·자매 혹은 더 이질적인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부모와는 외국에서도 평소와 같은 관계를 반복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기간은 부모와 같이 가는 경우 부모의 스케줄 때문에 4일에서 일주일 정도를 가게 되는데 장기간일수록 결과도 좋으므로 1~2주 정도를 추천합니다. 또 장소는 청소년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은 가고 싶지도 않은데 부모의 편의상 목적지를 정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곳보다는 이질적인 문명권이 좋은데, 유럽이 추천할 만하지만 비용과 시간의 제한이 있으니 현실적으로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을 추천합니다. 위대한 고대문명, 다양한 음식과 인종, 안전 등의 면에서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주의할 것은 패키지여행은 절대 추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낭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비행기표와 호텔, 이동수단을 예약하고, 직접 여행일정을 짜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아이가 기질적 문제가 있어 여행 내내 전혀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부모의 시도에 대한 저항으로서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면서 드러눕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일 흔한 것은 여행 중 부모와 심하게 싸워 사이가 더 나빠지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의 책임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부모 자신이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짜증이 많아진 상태에서 아이를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여정을 디자인해야 하는데, 은연중에 자신이 편한 쪽으로 끝내려고 했을 수도 있죠.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오면, 조금은 새로운 방식의 가족관계, 즐거움, 약간 들뜬 기분, 해당 국가에 대한 호기심 등을 갖게 됩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전의 상황에서는 대단히 얻기 힘든 정신적 요소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죠. 치료가 전혀 되지 않을 것 같은 아이가 여행 이후 학교를 다시 나가거나, 가족끼리 사이가 좋아지거나,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극적인 결과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물론 여행이 만능 비법은 아닙니다. 먼저 이런 감정들은 평생 가는 것이 아닙니다. 대개 1~2개월 정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죠. 부모는 조금만 지나면 긍정적 태도가 사라질 것을 각오하고 미리 다음 여행 혹은 다음의 긍정적 경험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1~2년에 걸쳐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상에서 여행을 추천한 후 실제로 여행 가기까지 드는 시간은 생각보다 깁니다. 평균적으로 내원 이후 반 년 이상이 소요되죠. 부모 자신도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드는데, 청소년의 치료는 어느 상황에서든 부모의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한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은둔형 외톨이를 치료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무척 많이 필요한 것이어서 부모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며 상담자도 굉장한 열의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 2~3년에 걸쳐 꾸준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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