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연기가 잠시 걷히면 그제야 한 발짝 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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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590회 작성일 22-03-07 13:53본문
“바람이 불어 연기가 잠시 걷히면 그제야 한 발짝 뗄 수 있었어요.”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1리에 사는 강춘자(70)씨와 전순자(64)씨는 화마(火魔)가 덮친 마을에서 가장 마지막에 빠져나왔다. 이웃인 두 사람은 지난 4일 마을 인근 산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까지만 해도 다소 느긋한 마음이었다. 강씨는 6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마을회관에서 오전 11시30분쯤 ‘어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을 때까지도 ‘남의 집 불구경’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피 방송이 나온 뒤 30분가량 지났을 무렵 강씨가 창 밖을 내다보자 강한 바람을 탄 불똥이 마을 이곳저곳에 날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라”는 마을 사람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두 사람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급히 각자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주변 산을 보니 사방이 불바다 같았고, 집에서 몇m 떨어지지 않은 논두렁에서도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이들은 허둥지둥 차에 올라탄 뒤 불길이 덜 센 농로로 내달렸다. 주변이 뿌연 연기로 가득 차 바로 앞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당장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불을 피해 마냥 차를 몰았다”며 “상황이 너무 긴박해서 불이 뜨겁다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강씨가 40년 동안 살았던 집은 모두 불타 버렸다. 지난해 3월 이 마을로 이사를 한 전씨도 1년도 채 안돼 삶의 터전을 모두 잃었다. 이날 찾아간 소곡1리 마을에는 벽까지 모두 타는 바람에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저녁부터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150여명의 이재민과 함께 머물고 있다. 하루아침에 스티로폼 돗자리가 깔린 텐트 안에서 싸늘한 밤을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씨는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울진군 북면 고목1리에 살던 전종두(57)씨도 화마를 피해 겨우 도망쳤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전씨는 지난 4일 뒷산에서 집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번져오는 불을 보고 급히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통신케이블이 불에 탔는지 휴대전화가 먹통이었다. 그는 “빠져나갈 시도조차 못한 채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집을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두려움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때 전씨를 살린 건 장애인 활동지원사 최원준(59)씨였다. 최씨는 산불 소식을 들은 후 한달음에 전씨 집으로 달려갔다. 최씨가 전씨 집에 도착했을 때 불길은 이미 집 뒷마당까지 번져 집 건물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간 최씨는 연기 속에서 떨고 있는 전씨를 업고 나와 차에 태웠다. 두 사람이 마을 진입로를 빠져나온 직후 뒤돌아보니 진입로가 불길에 타고 있었다. 최씨는 “마을 차량 진입로가 너무 좁아 조금만 더 늦었다면 오가지도 못한 채 갇혀 죽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구했지만 전씨는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다. 산불은 고목1리 마을 전체를 덮쳤고 전씨 집도 지붕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는 “잿더미가 된 집을 보니 50년 가까이 지낸 울진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까지 산불이 모두 앗아간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4741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1리에 사는 강춘자(70)씨와 전순자(64)씨는 화마(火魔)가 덮친 마을에서 가장 마지막에 빠져나왔다. 이웃인 두 사람은 지난 4일 마을 인근 산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까지만 해도 다소 느긋한 마음이었다. 강씨는 6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마을회관에서 오전 11시30분쯤 ‘어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왔을 때까지도 ‘남의 집 불구경’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피 방송이 나온 뒤 30분가량 지났을 무렵 강씨가 창 밖을 내다보자 강한 바람을 탄 불똥이 마을 이곳저곳에 날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라”는 마을 사람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두 사람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급히 각자의 집에서 빠져나왔다. 주변 산을 보니 사방이 불바다 같았고, 집에서 몇m 떨어지지 않은 논두렁에서도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이들은 허둥지둥 차에 올라탄 뒤 불길이 덜 센 농로로 내달렸다. 주변이 뿌연 연기로 가득 차 바로 앞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당장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불을 피해 마냥 차를 몰았다”며 “상황이 너무 긴박해서 불이 뜨겁다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강씨가 40년 동안 살았던 집은 모두 불타 버렸다. 지난해 3월 이 마을로 이사를 한 전씨도 1년도 채 안돼 삶의 터전을 모두 잃었다. 이날 찾아간 소곡1리 마을에는 벽까지 모두 타는 바람에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저녁부터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150여명의 이재민과 함께 머물고 있다. 하루아침에 스티로폼 돗자리가 깔린 텐트 안에서 싸늘한 밤을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씨는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울진군 북면 고목1리에 살던 전종두(57)씨도 화마를 피해 겨우 도망쳤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전씨는 지난 4일 뒷산에서 집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번져오는 불을 보고 급히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통신케이블이 불에 탔는지 휴대전화가 먹통이었다. 그는 “빠져나갈 시도조차 못한 채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집을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두려움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때 전씨를 살린 건 장애인 활동지원사 최원준(59)씨였다. 최씨는 산불 소식을 들은 후 한달음에 전씨 집으로 달려갔다. 최씨가 전씨 집에 도착했을 때 불길은 이미 집 뒷마당까지 번져 집 건물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간 최씨는 연기 속에서 떨고 있는 전씨를 업고 나와 차에 태웠다. 두 사람이 마을 진입로를 빠져나온 직후 뒤돌아보니 진입로가 불길에 타고 있었다. 최씨는 “마을 차량 진입로가 너무 좁아 조금만 더 늦었다면 오가지도 못한 채 갇혀 죽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구했지만 전씨는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다. 산불은 고목1리 마을 전체를 덮쳤고 전씨 집도 지붕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는 “잿더미가 된 집을 보니 50년 가까이 지낸 울진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까지 산불이 모두 앗아간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4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