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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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002회 작성일 22-08-30 16:38본문
개요
특정 인종, 국적, 종교, 성별 등을 가졌다는 이유로 불특정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범죄. '혐오범죄(嫌惡犯罪)', '편견 동기 범죄(bias-motivated crime)'라고도 한다. 소수인종이나 소수민족을 비롯해 동성애자 등 일반인과 다른 성적 취향을 지닌 사람, 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이 주요 범죄 대상이다.
배경
증오범죄는 중세 마녀사냥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으나 그것이 범죄의 유형으로 인식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대개 법에 의한 규제가 부족했기 때문인데, 피해자의 인권과 법률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인간성을 무시하는 구시대적인 가치나 이데올로기가 사회 내부에 규범화되어 있으며, 때로 정부와 다른 기관들 또한 증오범죄 행위에 연루되거나 직접 가담해왔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는 "증오범죄 행위자는 확고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이를 정당화한다"라고 주장했는데, 특히 대표적인 나라는 나치 독일과 같은 자민족 중심주의자들이었다. 독일에서는 극우보수주의로 동기화된 국가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범죄를 낳았다. 오랫동안 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노예제도를 운영해왔던 미국 문화에도 편견적 사고방식과 가치체계가 내포되어 있었다. "명백한 사명"은 이 가치체계를 대표하는 명제로, 신의 명령에 따라 앵글로 색슨 백인 개신교도가 북미 대륙을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말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증오범죄의 요건과 배경은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며 가변적이다.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증오범죄의 규정에 차이가 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피해자의 인종, 종교, 민족, 성, 나이, 장애, 성적 지향이 동기가 된 범죄를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오레곤에서는 인종, 피부색, 종교, 출생지, 성적 지향, 결혼상태, 정치적 관계, 신념, 노동단체, 반노동단체, 심리적 신체적 장애, 나이, 경제력, 사회적 지위, 피해자의 시민권 등이 증오범죄의 대상에 포함된다.
증오범죄의 범주
증오범죄의 범주는 피해자 집단의 동일성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 인종주의 및 외국인 혐오증, 반유태주의, 이슬람 공포증, 이슬람 혐오증, 기독교인 또는 다른 종교 구성원에 대한 공격행위, 집시에 대한 공격행위, 동성애자 성전환자 이성애자에 대한 증오범죄,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폭력행위, 노숙인 사회적 약자 난민지원자 등에 대한 공격행위, 반대의 정치적 의사 및 확신에 근거한 공격행위 등이 포함되며, 사회 발달 단계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
역사
증오범죄에 해당하는 원시적 형태의 범죄들은 고대로부터 다양한 지역에서 있어왔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은 개인의 죄와 관계없이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사회제도와 편견이 어떻게 개인의 인권을 침해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근대에 들어서 죄형법정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집단적 편견과 이해관계에 따른 왜곡된 제도는 다양한 증오범죄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18세기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사적 제재의 악습도 증오범죄에 해당된다. 증오집단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KKK단으로, 백인의 인종적 지배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비밀 테러 조직이다. 1968년에는 미국에서 <증오범죄방지법>이 제정되었는데, 그 주된 목적은 인종차별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있었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교내 무차별 학살행위도 소수인종과 종교적 편견에서 비롯된 일종의 증오범죄라고 할 수 있다.
증오범죄가 반복되자 2002년 미국인법률컨소시엄(NAPALC)을 중심으로 증오범죄 척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법 집행기관의 증오범죄 자료 수집 및 처벌 강화, 모든 정부 및 치안 공무원에 대한 인종차별금지 교육 실시,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조사와 구금 중단 등이었다. 2009년에는 인종차별을 넘어 성적지향과 성정체성,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대한 차별적 행태를 포함하는 <증오범죄방지법>의 개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법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오범죄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다. 204~2015년 사이에 LA카운티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3배 증가했고,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범죄도 67% 증가했다.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정의를 실현하는 아시아계 미국인(AAJC, 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를 설립하고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이 비영리법인에서는 법집행 기관의 편견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이 범죄자로 쉽게 오인되거나 법적 집행에서 차별을 받는 것도 증오범죄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
한국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인 미국과 일찍이 외국 노동자들을 받아들인 유럽 각국에서는 증오범죄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있었지만 단일민족국가인 한국사회에서 증오범죄에 관한 관심과 사례 연구는 많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성적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범죄는 증가해 왔으나 그것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2010년 이후 증오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2016년 5월 강남역에서 일어난 여성 살인 사건이 여성 증오범죄로 추정되었으며, 이후 이와 유사한 사례의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증오범죄방지법'의 제정이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