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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고소, 고소인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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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052회 작성일 22-09-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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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부부싸움, 맞고소가 가져온 결과

사례
한성질(가명, 40세) 씨는 평소 아내 배신자(가명) 씨와 돈 문제로 자주 다투었다. 이날도 밤 11시가 넘도록 부부는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배 씨가 싸움을 끝내기 위해 "바람 좀 쐬러 나가겠다"며 자리를 피하려 하자 한 씨의 분노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배 씨에게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을 사용했던 것이다.

배 씨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바로 친정식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 연락을 받은 배 씨의 부모와 오빠 배신남(가명) 씨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여동생의 처지를 보고 화가 난 배 씨는 한 씨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앙갚음했고, 다른 식구들도 가세한 상황이 됐다. 급기야 한 씨와 배 씨 쪽은 서로 맞고소 하기에 이르렀다.

부부싸움이 양쪽 집안의 폭력 사건으로 비화한 사례이다. 경찰서에 낸 고소장이 이들의 인생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이들 5명(한 씨와 배 씨 남매, 배 씨의 부모)은 먼저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다. 때로는 가해자로, 때로는 피해자 자격으로 조사를 수차례 받았다. 서로 진술이 맞지 않아서 대질신문도 벌였다. 그렇게 반년이 훌쩍 지나갔고 검찰이 한 씨와 배 씨 남매 세 사람을 기소하면서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다시 피고인석과 증인석을 번갈아가며 법정에 섰다. 7차례 재판 끝에 폭행 사실이 인정된 한성질씨와 배신남 씨는 벌금형을, 배신자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후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1년 2개월간 이들은 송사에 휘둘렸다. 양쪽 모두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배신자 씨의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배 씨가 폭행에 가담했는데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검사가 항소하는 바람에 2심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아주 특별한 사례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포장마차 안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옆 자리 손님과 사소한 시비 끝에 주먹다짐까지 가는 걸 어렵쟎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맞고소를 한다면 앞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폭행 사건을 두둔하거나 덮어두자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부부간의 다툼이 이렇게까지 번진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만일 양쪽 다 고소하지 않고 마무리 지었더라면, 아니 고소했더라도 판결이 나기 전에 서로 타협점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참고로 단순폭행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법원도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 이보다 더 무거운 상해죄라고 해도 서로 원만하게 합의했다면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단계

한때의 기분에 따라, 아니면 홧김에 고소장을 내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억울하게 피해를 입어 수사기관의 도움을 얻어야 할 때가 있다. 이왕 고소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몇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첫째, 형사사건의 절차를 이해해야 한다. 형사사건은 보통 경찰-검찰-법원의 단계를 거친다. 경찰-검찰은 수사 단계이고, 법원은 재판 단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고소장은 수사의 단서를 제시하고 범죄의 처벌을 촉구하는 의미를 갖는다. 앞의 사례에서도 만일 고소가 없었다면 수사기관은 이 사건이 일어난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수사는 대개 수개월에 끝나지만 복잡한 사건은 길게는 1,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수사기관은 고소 내용을 토대로 금융기관이나 관공서 등에 각종 조회를 해보는 한편, 피해자를 불러서 자세한 내용을 듣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작성하는 서류를 피의자 신문조서라고 한다. 수사기관은 필요한 경우 피해자와 피의자를 함께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사 단계에서 마지막 결정은 검사의 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피의자를 기소할지 말지, 기소한다면 구속할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할지를 검사가 최종 판단한다는 말이다. 이 단계에서 비교적 가벼운 사건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서류재판을 하는 약식기소를 할 수도 있고, 그보다 경미한 사건은 기소유예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내용(공소사실)과 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이 죄가 있는지를 가린다. 판사는 판결을 통해 유죄 피고인에겐 죄에 따른 형을 결정한다. 검찰은 다시 판결에 따라 집행절차를 진행한다. 집행이란 징역형을 받은 이는 교도소로 보내고, 벌금형을 받은 이에겐 돈을 받는 절차이다.

그런데 고소인에겐 피의자의 기소 여부만 알려줄 뿐 나머지 과정은 따로 통지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고소를 했다면 검찰이나 법원의 담당 재판부를 통해 사건이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법정에서 진술할 권리가 있다.

형사사건의 흐름
형사사건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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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이 잘 모르면 판사 ・ 검사도 모른다

둘째, 고소 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고소는 수사의 단서이고, 피해자는 형사사건에서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이야기했다. 하지만 고소장 한 장만 냈다고 해서 원하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사기관은 1년에 수백만 건을 처리한다. 당신의 사건은 그 중 한건일 뿐이다. 사건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신이다. 간혹 피해자가 시간과 날짜, 피해 액수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유리한 결론을 내기 힘들다. 고소인이 모르는 내용은 판사나 검사도 모른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직접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이면 사건을 날짜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두면 고소장을 작성할 때도 편하고, 이후에 조사를 받을 때도 일관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절대로 피해 사실을 부풀리거나 없는 내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무고죄의 위험에 관해서는 거짓 고소의 부메랑, 무고죄는 어떤 죄일까 참고)

유리한 증거와 증인을 미리 확보하라

이와 함께 유리한 증거나 자료를 모으는 일도 상당히 중요하다. 재판에서 증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만일 부동산 분양을 받았는데 명백한 사기였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선 계약서, 입금 내역, 그 밖의 문서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놓고 계약 내용과 실제 분양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상해나 성폭행 사건이라면 폭행 사실을 알 수 있는 사진과 동영상, 진단서 등을 갖추는 것은 필수이다. 상대방이 시인한 상황이라면 진술서, 사과의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 등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증거는 꼭 특별한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으므로 명함, 메모지, 녹취록, 사진 등 어떠한 것이라도 도움이 된다. 형사사건에서 목격자나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진술서를 받거나 나중에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 1명이 때로는 어떤 물적 증거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증거자료 수집은 고소하기 전에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제3자가 알기 쉽도록 증거별로 간단한 설명을 따로 붙여서 정리를 해놓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고소인도 수사기관과 법원에 나가야 한다

셋째, 고소한 사람도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고소당한 사람은 죄가 인정되면 피의자로, 피고인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에 불려가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고소한 사람이라고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고소장을 내면 경찰은 보통 고소인을 다시 부른다. 고소 내용을 보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상대방이 범죄를 부인하면 대질신문도 벌인다.

경찰서에서 이런 조사를 마쳤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복잡한 사건이라면 검찰에서 다시 고소인을 부르는 때도 많다. 그뿐 아니라 재판이 열리면 고소인은 다시 유력한 증인이 되어 증언대에 설 수도 있다. 고소인도 경찰, 검찰 조사를 받고 때로는 형사법정에 증인으로 불려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소를 하겠다면 이런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만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고소하는 대신 당사자끼리 합의를 하거나 아예 그냥 넘어가는 편이 낫다.

이 글을 읽고 고소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소는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이니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부른다고 해서 결코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사건을 가장 잘 아는 피해자의 수고도 어느 정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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