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를 유발하는 세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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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129회 작성일 22-09-05 14:23본문
자폐는 산업화된 사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발달질환이다. 자폐는 지난 20년간 무려 600%나 증가했다. 유전적 질환은 이런 식으로 급증하지 못하므로 원인은 환경에 있음이 분명하다. 허버트가 뇌에서 몸 전체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때, 일군의 세균학자들은 자폐가 장내세균의 불균형 때문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1988년 UCLA의 세균학자 시드니 파인골드(Sydney Finegold) 교수는 시카고에서 소아과 병원을 하는 리처드 샌들러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샌들러가 자폐아에게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투여하자 일시적으로 증상에 큰 호전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샌들러는 기대치 않았던 의외의 효과에 놀랐고 세균학자의 자문을 구하고자 했다.
샌들러가 자폐아에게 항생제를 먹여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엘렌 볼트라는 여성 때문이었다. 엘렌의 아들은 자폐아였는데 소화기에 문제가 있었다. 엘렌은 자기 아들의 자폐는 세균 감염 때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엘렌은 샌들러에게 아들을 항생제로 치료해줄 것을 부탁했다. 샌들러는 장 속에 사는 유해 미생물인 클로스트리듐에 잘 듣는 반코마이신을 투여해보기로 했다.
반코마이신을 경구 투여한 이후 엘렌의 아이는 극적으로 좋아졌다. 약을 먹고 나서 며칠 후부터 좋아지기 시작해서 약을 투여한 6주간 효과가 지속됐다. 특별히 언어능력이 좋아졌다. 전에는 말을 전혀 못했는데, 단어를 한두 개씩 배우기 시작해서 짧은 문장을 구성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싫어. 엄마, 이거 할래” 같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전보다 훨씬 더 통제하기 쉬워졌다. 분노 발작도 없어졌고, 엄마의 말에 반응도 했으며 눈도 맞추었다. 전에는 볼 수 없던 행동이었다. 샌들러는 다른 자폐아 10명에게 반코마이신을 투여해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다만 효과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기간에만 나타났다.
샌들러의 전화를 받고 난 후 파인골드는 자폐와 장내세균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장내세균과 건강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장내세균이 뇌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주장일 겁니다. 자폐가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장 문제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장 문제는 대개 비정상적인 장내세균 때문에 발생하는데 자폐환자들의 장에는 클로스트리듐이 많습니다.”
자폐아들은 위장관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퇴행성 자폐아의 경우 40% 정도가 비정상적인 배변을 한다. 가족 중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자폐아의 경우 78%가 비정상적인 변을 본다. 음식 알레르기와 밀가루 알레르기도 흔하다. 퇴행성 자폐의 경우 특히 장 문제가 심하게 나타난다.
클로스트리듐은 장내 유익균과 영역 다툼을 한다. 클로스트리듐은 장내의 다른 세균을 죽이기 위해 카볼릭산과 같은 페놀을 사용한다. 페놀은 인간 세포에 독이 되기 때문에 중화되어야 한다. 인체는 페놀에 황을 더함으로써 이를 중화한다. 클로스트리듐이 너무 많으면 페놀이 너무 많이 생기고 몸의 황 보유고가 바닥난다. 황은 두뇌 발달에 꼭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미생물로 두뇌 발달에 필요한 영양소가 소진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자폐의 실제 원인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많은 자폐 환자가 황 대사에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파인골드는 클로스트리듐이 아이들의 뇌를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았다.
캐나다의 자폐 전문가 데릭 맥파베(Derrick MacFabe)는 클로스트리듐의 활동 부산물인 단사슬 지방산을 쥐의 뇌에 주입했다. 그 결과 인간의 자폐에서 보는 특징적인 일련의 증상을 유도할 수 있었다. 장내 유해균이 만드는 독소가 뇌로 유입되어 직접 자폐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클로스트리듐이 아이들의 장에서 웃자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인골드는 자폐아들이 생애 초기부터 중이염에 반복해서 걸린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중이염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항생제를 먹는다. 중이염 치료를 위한 항생제는 장 속에 살던 미생물을 억제하고 항생제에 강한 몇 종류의 미생물만 선택적으로 남기게 된다. 이렇게 남는 미생물이 클로스트리듐이다.
클로스트리듐 외에도 자폐 발병에 큰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하나 더 있다. 유해한 장내세균 중에는 혐기성 세균이 많은데, 혐기성 세균은 배양하기 힘들어서 연구가 잘 되지 않았다. 종래의 기술로는 대변 1g당 300종 정도의 세균을 검출할 수 있었는데, 파인골드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1g당 1천 종 이상의 세균을 검출할 수 있었다. 이것은 아주 강력한 연구 도구였다. 파인골드는 이 기술을 활용해서 자폐아의 장내세균이 정상아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의 초점이 된 종은 디설파비브리오라는 놈이다. 이 맹독성 세균은 자폐아의 50%에서 발견됐고 정상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디설파비브리오는 황산염을 황화수소로 분해한다. 황화수소는 신경 독성물질이다. 또한 디설파비브리오의 세포벽은 강력한 내독소를 가지고 있다. 자폐아들은 혈액 내에 내독소가 더 많다.
디설파비브리오는 일반 환경에서 발견된다. 특히 석유갱 근처의 환경을 좋아한다. 석유 채취 전문가들에게는 이 세균이 골칫거리다. 강력한 독성으로 석유갱의 금속성 시설물을 부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균을 특정 음식물, 특히 고기에서 섭취한다. 보통 사람들의 50% 정도가 소화관에 정상세균총의 일부로 적은 수의 디설파비브리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항생제를 먹게 되면 항생제의 종류에 따라, 선택적 억압에 의해 디설파비브리오가 더 많이 번성하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독소가 생산되고 뇌에 무리를 주게 된다.
파인골드는 모든 자폐가 장내세균과 연관이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가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퇴행성 자폐다. 병명이 시사하듯 이 아이들은 생후 18개월경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하다가 갑자기 퇴행한다. 퇴행성 자폐는 중추신경계가 발달하는 어떤 중요한 시기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그래서 네 살 이전에 증상이 시작된 경우에만 자폐로 본다. 이 아이들은 자폐적 증상 이외에 공통적으로 소화기관 장애가 심한데 주증상은 복부팽창, 복부통증, 변비 등이다.
클로스트리다와 디설파비브리오는 퇴행성 자폐의 원인으로 중요하다. 아이에게 면역장애가 있는 경우, 이 두 가지 유해 미생물이 지나치게 증식한다. 면역장애는 유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환경적으로 발생한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아이가 중이염에 걸렸을 때다. 항생제가 주어지면 장내 미생물상의 주요 부분이 제거되고 그 틈새를 이용해 디설파비브리오나 클로스트리듐 같은 세균이 넓게 확장된다. 세균이 자폐를 일으킬 만큼 독소를 다량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듐은 죽이기가 매우 힘든 세균이다. 일례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는 정상세균총의 일부로 존재할 수 있는데 성인의 3%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이 균이 병원 환경을 오염시키면 문제가 커진다. 클로스트리듐디피실리는 항생제에 노출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박테리아 세포에서 포자로 변한다. 포자는 고압살균을 하지 않으면 죽이기 힘들다. 실험에 따르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환자가 입원실을 비우고 청소를 한 후 한 달 간 비워두었다. 그러고 나서 병실 바닥에서 채취한 샘플로 이 세균을 다시 배양할 수 있었다. 실험이 진행 중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청소부들이 더 신경 써서 닦았는데도 말이다. 파인골드는 자폐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자폐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세균이 항생제 내성에 힘입어 퍼져나가는 것이다.
디설파비브리오 역시 생존력이 강하다. 이놈은 포자를 만드는 세균은 아니지만 다양한 효소를 만들어 자신을 보호한다. 혐기성이지만 산소에 노출된 환경에서 한 달 정도 생존할 수 있으며, 상황이 좋아지면 급속도로 번식한다. 파인골드는 자폐의 증가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자폐아의 자손들 가운데 이 세균이 퍼지는 상황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족 안에서 자폐가 중복 발생하는 경우를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