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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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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754회 작성일 22-09-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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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여성들이라면 최소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법한 다이어트. 현대 여성들에게 날씬한 몸매는 권력이나 다름없기에 다이어트는 결코 비켜갈 수 없는 관문이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압력을 받는 현대 여성들은 얼굴이야 수술을 하지 않는 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만 몸매는 스스로 통제(통제감 참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날씬함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미끼로 잇속을 챙기려는 장사치들의 속셈도 한몫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지방흡입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하지만 식욕을 거스른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만약 식욕의 노예가 되어서 식단 조절에 실패했다면, 먹은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운동을 해야 한다. 지나친 운동은 다시 허기를 부르는 법.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견뎌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좋으련만, 이마저 실패했다면 좌절감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입으로 쑤셔넣는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섭식 장애가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던 1980년대 이후로 새롭게 생겨났다는 점에 근거해 그 원인으로 사회문화적인 요인을 지목한다. 섭식 장애에는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과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 폭식 장애(BED ; Binge Eating Disorder)가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란 정상 체중의 대략 85%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음식 섭취를 거부해 거식증으로도 불린다. 한때 비정상적으로 저체중인 패션모델들이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모델계에서는 이들을 퇴출시키기도 했다. 식욕부진증인 여성들은 상당 기간 동안 월경을 하지 않을 정도로 몸의 균형이 깨지고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계속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부류는 가끔 폭식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은 폭식 후 죄책감에 사로잡혀 이를 보상하기 위해 스스로 구토를 하거나 하제나 이뇨제, 관장제 같은 약을 사용한다.

신경성 폭식증도 폭식과 보상행동이 나타나는데,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폭식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상체중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음식을 과도하게 거부하거나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없이 잘 생활하지만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폭식과 곧 이은 보상행동을 하게 된다. 가장 손쉬운 보상행동은 구토다. 구토를 하기 위해서는 검지를 식도 부근까지 넣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음식물과 함께 나온 위산이 식도와 손을 상하게 한다.

폭식 장애는 폭식만 나타나고 보상행동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경성 폭식증과 다르다. 당연히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폭식 장애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호소하는 우울이나 불안 같은 심리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DSM-5(DSM 참조)부터는 급식 및 섭식 장애(feeding and eating disorder)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섭식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상담심리학 참조)를 함께 받아야 한다.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부정적인 신체상과 자아상을 바꾸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마음을 강하게 만들며, 공허감과 우울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허감과 우울을 비롯한 정서적인 문제는 섭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보편적인 경험이다. 왜 그럴까?

어떤 심리학자들은 마음의 공허감을 공복감과 혼동하게 되면서 이를 포만감으로 채우려 하기 때문에 폭식을 한다고 본다. 사실 우리에게 음식과 배부름은 따뜻한 사랑과 편안함의 상징이다. 어린 시절 식탁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먹는 것이며, 음식으로 부른 배는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공허감과 공복감을 혼동한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결국 채워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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