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우울과 자살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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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95회 작성일 22-11-18 09:36본문
씁쓸한 1위, 노인 자살률
다른 나라보다 노인을 공경하고, 연장자에 대한 예의가 깍듯한 한국이지만,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다른 나라의 노인들보다 불행하다고 한다. 그 불행은 심지어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노인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두 가지 부분에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하나는 ▲노인빈곤층 비율,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인 자살률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인 노인 10만명 당 79.7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80세 이상인 노인의 경우 10만명 당 116.9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많은 노인이 사회와 가족의 외면 속에 빈곤과 소외감과 싸우다 자살을 선택한다. 부끄러움을 떠나서 끔찍하고 무서운 통계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노인들의 자살을 부르는가?
세대를 막론하고 자살의 원인은 절망감이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 ‘더 살아서 뭐 하겠나’, ‘이제 살만큼 살았다’는 노인들의 말 속에는 후회스러운 과거, 참혹한 현실, 암담한 미래가 모두 들어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인들은 몸이 병들었을 때, 우울증에 걸렸을 때, 궁핍해졌을 때, 그리고 가정에 불화가 있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보자. 10대 청소년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모와의 갈등’이다. 20대 이후로는 연인, 혹은 배우자와의 갈등이 자살 시도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에서 자살 시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신의 병든 몸이다. 젊은이들이 “늙으면 다들 쇠약해지고 병에 걸린다”며 병든 노인을 무심히 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노인은 많은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에는 상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인생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 성장기를 거쳐 중년에 이르는 동안 가장 큰 과제가 세상으로 당당히 나아가는 것이며,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동안 가장 큰 과제는 늙음과 죽음에 직면하는 것이다. 노인은 자신의 노쇠한 육체, 지친 마음을 감당해야 하며,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이 떠나가고 벗이 죽어가는 것을 견뎌내야 한다. 이런 일이 쉽게 익숙해질 리가 없다. 게다가 우울증까지 걸리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노인의 자살을 막아라!
노인의 자살을 막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사회적으로는 노인이 경제적인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지역사회와 이웃들의 관심도 큰 힘을 발휘한다. 주기적으로 방문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고독감을 덜 수 있고, 새로운 활기를 찾아드릴 수 있다. 노인과 떨어져 사는 가족은 자주 연락하고, 가족의 행사에 노인을 포함시키며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자신이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존재임을 자주 일깨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많은 노인성 치매 환자들은 다른 보호자 없이 배우자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다. 이럴 경우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그 부담을 나누어지거나, 효과적인 치매지원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어서 건강한 사람도 쉽게 우울증에 걸리곤 한다. 하물며 쇠약한 노인에게는 심리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
당연히 노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자신의 쇠약해진 심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친목모임 등의 사회활동, 봉사활동, 종교활동 등도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노인에게 우리가 따뜻한 공감을 보내주는 것이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자주 든다면 정신건강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게 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Tip. 자살하려는 노인이 보내는 신호들
1. 자살하려는 마음을 감정으로 표현한다.
- 근심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 표정을 짓는다.
- 자주 눈물을 흘린다.
- 감정을 잃어버린 듯 멍한 표정으로 지낸다.
2. 자살하려는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
- “더 살아서 뭐하나.”
-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 “살만큼 살았다.”
- “너희들에게 부담되기 싫다.”
-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3. 자살하려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 자꾸만 혼자 있으려고 한다.
- 옷차림이나 위생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술을 많이 마신다.
- 병에 걸려도 약을 먹지 않는다.
- 재산이나 신변을 정리한다.
-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나누어준다.
- 약을 구입하여 모은다.
Tip. 노인이 자살 신호를 보낼 때는 이렇게 대처하라
1. 자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물어보라.
2. 노인의 자살 신호를 감지했다면,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왜 죽으려고 하는지 묻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3. 노인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경청한다.
4.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본다.
5.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인다.
6. 옳고 그름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7. ‘죽고 싶다’는 말은 곧 ‘도와달라’는 말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진다.
8. 자살 신호를 보내는 노인이 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9. 아래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노인들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청하도록 한다.
- 과거에 정신질환, 특히 우울증을 앓았던 어르신
- 병에 걸린 어르신
-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는 어르신
- 가족간에 갈등이 있는 어르신
- 친구가 적은 어르신
- 경제 상황이 악화된 어르신
- 부부 사이가 안 좋은 어르신
- 최근에 배우자와 사별한 어르신
- 최근에 퇴직한 어르신
- 과음하는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