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중독으로 인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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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721회 작성일 22-11-18 10:45본문
의학적으로 중독이란 ‘어떠한 물질이나 행동(행위)에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의존이 되어 스스로 물질이나 행동의 조절이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중독이라는 말 자체가 항상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사랑에 중독됐다”, “일에 중독됐다”, “마라톤에 중독됐다”고 해서 꼭 치료가 필요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독은 그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고, 또 사랑의 경우는 대부분 일시적인 열병처럼 지나가기 때문이다.
술이나 인터넷 게임 같은 경우는 어떨까? 음주나 게임은 특정한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또한 지나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이용될 때, 긴장을 해소시키고 재미를 유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존이 되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음주나 게임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만큼, 다른 의미 있는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진’을 아시나요?
2013년 광주광역시 정신건강증진시범사업에 의해 설치된 중독관리센터의 별칭이 ‘다진(DAGIN)’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가장 흔한 5대 중독, 즉 약물(Drug), 알코올(Alcohol), 도박(Gambling), 인터넷 게임(Internet Game), 담배(Nicotine) 이 다섯 가지의 영어 이니셜을 따 지은 이름이다.
2012년 중독포럼의 발표에 의하면 담배를 제외한 4대 중독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의 수가 330만명이라고 하며, 그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05조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 어떤 신체적, 정신적 질병 부담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이에 반해 의료기관 등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의 비율은, 그나마 알코올중독의 경우가 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매우 관대하고 허용적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때론 중독으로 인해 이미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손해를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들도 중독으로 인한 문제였나요?
사례 1
40대 직장인 A 씨는 평소 주량이 소주 한두 잔 정도이지만, 연말 송년회식에서 어쩔 수 없이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시고, 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큰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 이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중독 수준까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더라도, 누구든 중독과 관련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독 폐해에 관한 사회적 의미가 큰 이유는 간접흡연과 같이 그 폐해가 가족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례 2
평소 부모 말씀도 잘 듣고 학교성적도 비교적 상위권을 유지하던 중3 B양은 최근 들어 항상 피곤해하고, 수업시간에 집중도 잘 하지 못하고, 학교 성적도 떨어지게 되었다. 살펴보니, B양은 최근 한 달 전부터 새벽 한 두 시 심할 땐 세 시 정도까지 친구들과 카톡을 즐기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중독이 될 수 있고, 중독이 되어 문제가 생기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사례 3
식품가공업 공장에서 일하는 40대 여성 B 씨는 급성 췌장염으로 내과에 입원했다. 입원 다음 날부터 검사 수치는 호전되었으나, 밤에 전혀 잠을 못 자고 혈압과 맥박수가 급격히 증가되며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확인 결과, B씨는 알코올성췌장염과 음주 중단으로 인해 심한 금단증상을 겪고 있었던 것. 그녀가 요즘 음주에 빠진 이유는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남편은 최근 실직 이후 재미로 시작한 불법스포츠 도박에 빠져 수 천 만원의 손해를 본 상태였고,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엄마가 잦은 음주로 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아지자 롤플레이 게임을 하느라 외박을 하는 일이 잦은 상태였다.
⇒ 비교적 경쟁이 심한 현대사회에서 B씨 사례처럼 누구나 중독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일단 중독이 진행되면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확대되면서 가족 전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뇌 성숙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특히 ‘중독’ 경계해야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단지 알코올 중독, 도박중독, 게임중독, 마약중독과 같이 치료가 필요한 중독성 행위 자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건강문제(우리나라의 간질환 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에서부터 학습기회의 상실, 가족기능과 직업기능의 저하, 가정폭력, 묻지마 폭력과 같은 범죄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중독에 따른 문제는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강력 범죄의 30% 이상이 주취(酒臭) 상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두뇌 발달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각종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학습기회 상실비용은 연 1조원 이상이며, 한 연구에 의하면 인터넷 중독 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에 비하여 지능이 더 낮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의 중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차단망은 그리 튼튼하지 않다. 청소년들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90%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사행성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경품 뽑기와 같은 간단한 놀이라도 어린 나이에 노출될 경우 청소년기 이후 심각한 도박 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기에 이는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편인데, 언제라도 처해 있는 환경이 나빠지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가 된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사범과 유해화학물질 흡입자의 숫자가 최근 4년 사이에 2~5배가 증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독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신적으로 취약해진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환경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개인적 다양성과 대안활동 등이 허용되지 않는 획일적인 경쟁 문화, 공부 이외에 다양한 예술∙체육활동을 즐길만한 시설과 프로그램의 부족, 중독 문제에 대한 예방프로그램과 치료프로그램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점 등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중독 문제를 부채질하는 원인들이다.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사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