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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의 심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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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34회 작성일 22-11-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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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치료방법 중에 약물치료가 있다. 약물치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치료방법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을 꼽으라면 역시 약물치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약물치료에 대하여 근본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 건가요?”, “부작용은 없나요?”, “약을 먹고 밥을 잘 안 먹는데 괜찮을까요?”, “이 정도 좋아졌으면 이제 약을 끊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약 말고 다른 치료방법만 써보면 안될까요?”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걱정’반응이다.

ADHD 약물치료의 생물학적 기전을 살펴보면, 중추신경계 활성도가 정상 범주의 아동청소년보다 낮게 나타나서 그것을 스스로 보상하기 위해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ADHD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중추신경계 활성도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정상 수준으로 높인다는데 있다. 약물치료는 신경생물학적인 의미 외에도 심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약물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관심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관심을 받아야 살 수 있다. 자폐증이거나 심한 지적 장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변의 관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음식을 예로 들어보자. 가장 좋은 것은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식생활이 신체적 건강에 가장 이롭다. 그런데 만약 양질의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만약 상한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배탈이 날 것이고 신체적인 부작용이 생길 것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영양분 섭취를 통해 연명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몸은 어느 정도 그런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나갈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상한 음식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먹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 못 가 죽게 될 것이다.

심리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칭찬을 비롯한 긍정적 관심을 받는 것이다. 긍정적 관심을 받으면서 자란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되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적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주의가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이며, 식사시간에 부산히 돌아다니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동, 성적이 좋지 않고, 부모나 교사가 지시하는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ADHD아동은 증상으로 인하여 칭찬보다는 야단을 맞을 기회가 훨씬 더 많다.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인하여 칭찬보다는 야단을, 긍정적 관심보다는 부정적 관심을 받으면서 성장하게 되면 마치 상한 음식에 적응이 되듯이 아이들은 부정적 관심을 받는 쪽으로 행동의 패턴이 고착되게 된다.

물론 야단을 맞는 것은 싫은 일이겠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나 주변의 관심을 받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기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음식이 상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칭찬 잘하기’를 위해서는 부모의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의 ADHD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 행동에 대해 지적한다. 그리고 일반적 수준의 행동에는 별 관심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칭찬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잘한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보이는 행동 자체는 남들보다 크게 잘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칭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고 우리 ○○이, 오늘은 학교 끝나고 제시간에 왔네. 엄마가 너무 기분 좋은데!” 학교 끝나고 제시간에 집에 돌아오는 것은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남들이 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ADHD 아동의 경우 주변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느라 그렇게 못 해왔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칭찬’해 줘야 한다. 이때 부모는 다분히 과장된 반응을 보일 필요도 있다.

반대로 긍정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무관심한 것이 좋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선택적 무관심이라고 한다. 마음속으로는 야단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더라도,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더라도, 가능하면 무관심해 보이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행동을 보이면 그때 긍정적 변화에 대해 언급하며 반응을 보이도록 한다. “아이고, 우리 ○○이, 밥 잘 안 먹고 있어서 엄마가 기분이 별로였는데, 지금은 잘 먹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네!”.

이쯤 되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리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적 무관심과 관심은 아이들의 행동수정과 더불어 정서적 안정감에 무척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약물치료는 바로 부모들의 아이 칭찬하기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해 줌으로써 전보다 야단맞는 상황 자체를 줄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칭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ADHD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동이라도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가지는 성인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게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하물며 사람, 그것도 아이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아이들에게 칭찬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주의집중력을 개선해서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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