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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신건강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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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39회 작성일 22-1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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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해방 후 60여 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수탈, 그리고 전 국토를 잿더미로 만든 6·25의 참화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양사회가 수 백 년에 걸쳐 서서히 이룩해온 것을 불과 몇 십 년 만에 압축적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그 성과로 세계 7대 무역국 진입, G20 회의 등을 개최했으며, 2012년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달성한 “20-50”클럽에 가입했다. 제 3공화국이 압축 경제 성장의 시동을 걸면서 내걸었던 슬로건 “잘 살아보세”와 “국민 소득 1000불, 수출목표 100억불”로 그리던 사회가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적인 외형의 화려한 발전과 풍요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내면에는 풍요가 깃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률은 몇 년 째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학교폭력과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는 청소년들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12년에 발표된 UN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행복도가 UN 150개 회원국 중 56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잘 살아보세”가 지향했던 국민 소득 목표를 훌쩍 뛰어넘어 초과 달성한 오늘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채 “과연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반문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남들(외국)보다 뒤처진 것에 대해 조급증이 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물질적 궁핍을 탈출해야만 했다. 목표점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나가기에 바빴다.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중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무한경쟁의 레이스에서 뒤처진 사람은 낙오자였으며 루저였다. 넘어진 그를 일으켜 세워 함께 어깨를 부여잡고 갈 정신적 여유가 우리에겐 없었다. 고도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피곤하고 지친 마음의 아우성은 들어도 못들은 척 해야 했다. 그 후유증으로 곳곳에서 지친 마음이 아파하고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난데없는 ‘힐링’ 바람이 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

UN의 세계행복 보고조사를 주관한 ‘행동하는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는 “경제 발전의 측면에서 위대한 진보를 이룬 반면 비만, 흡연, 우울증과 같은 현대의 질병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치 우리 나라의 현실을 두고 한 이야기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과 정신건강의 위기’라는 아이러니와 마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신건강의 위기는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바로 2011년에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전국 정신질환 실태조사’가 그것이다. 이 조사는 병원에 온 환자들만을 상대로 한 조사가 아니라, 우리 가정과 사회 속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일반인들 6000여명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시행된 조사였으므로, 이 결과는 바로 오늘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상처럼 그 결과는 썩 밝지 않다. 우리 국민의 27.6%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이중에서 한 번이라도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경우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신건강의 문제로 고통 받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85%가 전혀 치료 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치료받지 않은 사람들의 80%가 자신에게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병원을 찾고 밤늦은 시간 헬스 클럽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유독 정신건강의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WHO의 건강에 대한 기준을 잣대로 우리의 현실을 비춰 보면 결코 정신적 영적으로 안녕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처럼 정신적 측면을 소홀히 한 결과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이트는 정신건강을 정의하기를 “일하고, 사랑하고, 놀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정신건강의 문제를 방치한다면 아무리 소득이 늘어나고 아무리 몸이 건강하다 해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교감할 수 없게 되며, 좋아하던 것들을 즐길 수도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가짐으로써 심신건강의 균형을 찾을 때가 되었다. 정신건강을 가꾸기 위해서는 첫째로 우리 마음을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며, 둘째로 우리 마음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마음을 돌아본다는 것은 우리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신체 감각에 조금만 변화가 와도 반사적으로 “혹시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 우리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물질적 풍요를 이루기 위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는 과정에서 우리 마음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치유와 위안을 갈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마음이 지금 우울해 하는지, 불안해 하는지, 그렇다면 얼마 동안이나 이런 마음이었는지 한번 되돌아보면서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한 다음에는 그 상태에 따라 우리 마음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울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질병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하고, 질병이 없는 상태라 하더라도 더 좋은 마음 상태가 되도록 마음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강해지듯이, 우리 마음도 노력하기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늘려 나갈 수가 있다.

여기에 마련된 마음 건강 정보들이 그러한 여정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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