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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비행도 심하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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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41회 작성일 22-1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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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때에는 성질이 급한 개구쟁이 정도였으나,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부터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공부에 관심이 점점 줄면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때는 밤 늦게 집에 들어오면서 담배를 피우다가 들키기도 하고, 몰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친구들이나 아는 형들을 따라 호기심에 시작했던 담배도 점점 더 많이 피우게 됐다.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다가 급기야 어느 순간부터는 곧잘 외박도 했다. 부모님께는 학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지각이나 조퇴를 빈번히 하다가 학교를 빼먹는 날도 많아졌다. 아이는 길 가는 초등학생에게 겁을 주어 돈을 뺏기도 하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몰래 타고 가서는 주인에게 돌려주지도 않았다.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친구를 병원에 입원할 만큼 심하게 때리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가는 등의 심각한 사건도 있었다. 그걸 꾸짖는 부모님이나 어른에게는 심하게 대들고 거짓말도 양심의 가책 없이 계속 이어졌다. 결국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아이는 학교를 그만 두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사춘기의 반항이라고?

올해 초 방영된 KBS 드라마 <학교 2013>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현실감 있게 그려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드라마엔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심지어 교사에게 위협을 가하는 청소년들이 여럿 등장해서 충격을 주었다. 비단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와 같은 ‘망나니’나 ‘문제아’들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 한 때의 반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친 아이들이 있다. 폭력을 휘두르고, 어른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등 청소년의 탈선이나 청소년 비행도 심하면 이 역시 ‘병’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청소년 문제는 그냥 사춘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가볍게 여기거나, 일탈이나 탈선과 같은 행위에는 매가 약이라고 해서 매를 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 이유를 찾아 보고 도움을 주는 것이 먼저다.

특히 다른 사람의 권리를 심각하게 무시하고 방해하는 경우, 나이에 맞는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일이 자주 반복되고 지속되어 일상생활의 문제가 커지는 경우, 대상에 대해 공격성을 띄는 행동을 자주 보이는 경우에는 ‘품행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품행장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 충동조절능력의 어려움이 다양한 원인으로 생겨 문제행동이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물건을 아무 이유 없이 깨부순다든가, 어린 나이에 욕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든가 하는 행동들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품행장애는 보통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보다 2.5배나 더 많다.

품행장애 청소년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을 하거나 싸움을 자주 하며, 학교나 집에서의 규칙을 지속적으로 어기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사람을 향해 다양한 공격성들이 나타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경우도 있고 물건이나 돈을 뺏기도 하며,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 동물을 괴롭힌다. 또래들과 몸싸움을 하거나 폭행을 가하는 일도 있다. 또한 집을 답답해하며 가출을 자주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제 행동들은 어쩌다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품행장애 아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가는데,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계속 악화되어가고 변화가 없는 경우, 일부는 어른이 되어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이코패스’적인 존재로 성장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흔히들 어른들은 “아이들이 빗나간다”고 표현을 한다. 순종적이기보다는 반항적이고, 올곧게 나가기보다는 빗나가는 것. 어쩌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10대 청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자, 또 이 때에만 용인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빗나가는 정도가 심하고 오래되면 단순히 사춘기의 혼란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품행장애의 여러 원인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품행장애가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아이들은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할 때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때 과격하거나 거친 행동으로 감정이 표현되는 일이 많다. 또 부모가 매우 엄한 가정, 체벌이 잦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경우에는 마음 속의 쌓인 감정의 응어리를 비행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사춘기에 의해 친구에게 힘을 과시해서 호감을 얻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이 어른들에게 반항하고 규칙을 깨뜨리는 것으로 발전하여 일탈 행동이 더욱 심해지기는 경우도 있다.

충동성이 큰 아이의 경우, 행동이 거칠어지고 공격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부모나 선생님 등 보호자에 의해 이를 자주 지적 받고 야단을 맞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화가 쌓인다. 화난 마음이 충동성과 만나게 되면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아이는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규칙을 어기며, 공부에는 흥미가 점점 없어지게 되고, 규칙을 지켜야 하는 학교 따위에는 그만 나가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집에서는 부모님이 너무 냉정하거나 무서운 경우에도 아이들이 일탈할 수 있다. 또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 일관적이지 않고 이랬다 저랬다 부모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대한다거나, 부모가 자주 싸우거나 화목하지 못해서 집이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게 되면 아이들은 집과 가정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멀어지게 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부모와 골이 깊어지고 사이가 나빠지는 것도 품행장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 중의 하나다.

최근에는 다양한 뇌기능 변화가 품행장애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아동청소년기는 심리 정서적인 발달과 뇌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품행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변연계와 해마), 공포반응과 관련된 뇌(편도), 사회적인 인지나 보상과 관련된 뇌(안와전두피질) 기능의 이상을 보인다.

훈계보다는 관심과 환경의 변화가 우선

자아정체성이 발달하는 아동청소년기에 이런 비행 행동들이 지속되면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야단이나 훈계보다는 우선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가 자라온 환경이나 상황들을 잘 살펴보면서 아이의 마음이 비행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멈출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도와야 비행 행동을 바로잡고 고칠 수 있다.

간혹 아이들이 우울해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서 비행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품행장애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 40% 정도는 다른 마음의 병도 같이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인터넷 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그것이다. 이런 증상이 같이 있을 경우에는 이런 모습도 같이 고쳐야 효과적이다.

품행장애 청소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 학교, 친구 등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자신의 화나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 그리고 타인의 권리 존중을 위해 규칙을 지키는 방법,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등을 배워야 한다. 보호자에겐 무엇보다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양육과 교육방법이 중요하다. 특히 가정이나 학교에서 약자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경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범죄 위험이 높은 유해환경들을 관리하는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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